STAY A MYSTERY

AN SUNGHA KURUMI KOTANI
2025.5.24 - 6.21

세상에서 느끼는 진정한 오묘함은 보이는 곳에 있는 것이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스카 와일드(1854-1900)

안성하는 사물이 다가오는 순간에 집중한다. 사물은 작가의 서사와 연결되면서도 아무 관련 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녀의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물들이지만 작가에게는 매번 다르게 감각되어지고, 거듭되는 그리는 행위를 통해 작가는 항상 새로움을 경험한다. 작가는 “사물을 보이게 그리기보다 감각되도록 드러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림 속 색과 면의 경계는 흐르듯 모호하고 분명함과 불분명함이 어우러진다. 대상의 확실한 재현을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자극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감각을 확장시킨다. 오묘한 느낌은 여러 기억과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내며 그림을 살아있게 한다. 


쿠루미 코타니는 흔적, 시간, 징후라는 주제를 기반으로 작업한다. 대표적인 시리즈 ‘21g’은 그림을 하나의 ‘창문’처럼 대하는 전통적인 서양화의 방식을 따르지만 관객의 시선을 창문 너머 풍경에 머무르게 하는 것 대신에 유리 표면에 머무르게 한다. 응축된 수증기로 습기를 머금은 유리면과 손가락 자국은 누군가가 그곳에 있었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게 한다. 작가는 오묘한 순간과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을 두고 여러 가지를 연상시키는 화면 구성을 통해 누군가의 기색, 모호한 존재를 드러낸다. “응축을 통해서만 표현되는, 누군가의 존재와 시각적 아름다움”. 21g은 이 핵심으로부터 탄생되었다. 긴장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자유롭고 때때로 장난스러운 손가락 표시-어린 아이들의 낭만적인 글자와 스마일 페이스-는 특유의 유머를 잘 보여준다. 21g은 한 과학자가 죽은 사람의 무게가 21g 줄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이 영혼의 무게임을 주장한 이야기에 기반한다.



COPYRIGHT ⓒ FFF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