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TO YOU

ANJU SHIMOIE • WADA CHIZU
2022.5.20 - 6.11

나는 인간의 종말에서, 그러니까 인간의 극한에서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 가로지르기로 나아갑니다.

인간의 경계 혹은 종말을 넘어서 나는 동물에게로 다가갑니다.

자신 안의 동물에게로, 내 안의 동물에게로, 

그래서 자신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동물에게로,

니체가 아직 결정되지 못한 동물이라고, 
그 자체로 부족한 동물이라고 말했던

그 인간에게로 나아갑니다.

from 자크 데리다 [동물, 그러니까 나인 동물](2002)

안주 시모이에의 그림은 그녀가 태어나기 전 일본에서 유행하던 옛 레트로 망가(retro manga)를 연상시킨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느낌의 동시대 디지털 미술과는 달리, 둥근 선을 사용하여 대상을 부드럽게 그린다. 또한 원색보다는 세피아톤 색채를 사용하여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녀는 하나의 공간 안에 자신이 상상하는 세계, 다양한 종의 생명체들을 그린다. 그곳은 인간이 살고 있는 세상처럼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유머와 아이러니가 모두 존재하는 곳이다. 특히 동물은 개별들의 다양성을 상징한다. 그들은 각자 사랑스럽고 서로의 관계 속에 놓여진 존재들이다. 팬더믹 이후 작가는 동물과 식물,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에 대해 더 몰입하고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서브컬쳐, 망가와 만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처음에는 망가를 그리기 시작했지만 점차 스토리가 배제된 생생한 장면을 그리고 싶었고, 다양한 장면들을 섞어 하나의 화면으로 완성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작가는 외곽선의 표현, 형체의 실루엣과 면 사이에 만들어지는 선의 표현을 강조한다. 레이어마다 선의 색을 미세하게 조절하면서 물리적 깊이를 표현하고 대상에 생명성을 부여한다. 

와다 치주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 2009년부터 인터넷에 자신의 그림을 연재하기 시작했고, 2014년 카툰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회화로 창작의 범위를 넓혀 나가며 출판, 전시, 아트페어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작가의 작품 속에는 인간과 동물,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동물에 대해 “나는 동물을 사랑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에게 경외심(공경하면서도 무서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들과 함께 머물기를 원하지만,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그들을 가두어 놓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동물에 대해 작가가 느끼는 양가적 감정은 철학에서 말하는 나와 타자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내면의 확장으로서 자신과 같은(same) 존재이자, 결코 동화될 수 없기에 절대적 타자성을 유지하는 이질적인(different) 존재. 작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이 꿈꾸는 이상점, 인간과 동물이 서로 완벽히 동등한 존재로서 완전히 사랑하고 함께하는 순간을 그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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