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슬픔에 작은 위로가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은 나의 슬픔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 안의 어둠이 나의 길을 안내해주는 빛이 되어 주었다.”
한나의 그림은 어둠 속의 빛에서 시작되었다. 슬픔 속에서 한치도 움직일 수 없었던 밤을 벗어나게 해준 건 한 줄기 빛이었다. 작은 빛을 본 순간 마침내 움직일 수 있었고, 변화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강한 희망이 되었다. 한나는 이러한 희망을 그린다. 그림 속에서 별, 달, 책, 꽃은 희망의 주요한 메타포이다. 특히 이번 전시의 모든 신작에서는 꽃이 등장하는데, 작가는 “꽃은 봉오리로 웅크리고 있다가 활짝 피어나고, 다시 열매로 응축되는 변화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이는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 있다. 반복의 굴레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게 식물은 자라나고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져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꽃에게는 휴식과 안정이 요구되기도 하고, 배움과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며, 누군가의 응원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설명하였다. 즉 작가는 꽃을 통해 희망으로서의 변화, 나아가 삶의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한나에게 희망은 하나의 과정이다. 모든 것이 분명하고 눈부시게 밝은 종착역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그곳을 향한 꾸준한 발걸음이다. 그 발걸음을 위한 위로와 격려이다. 깜깜한 암흑을 어렴풋한 어둠으로 만드는 작은 촛불이다. 한 낮에 내리쬐는 뜨겁고 선명한 태양은 결코 줄 수 없는 안온함이다. 어둠을 밟았던 모든 발자국들이 그림 속에서 은은한 빛으로, 작은 꽃으로 피어난다. 막연하지만 조용하고 깊이가 있다. 한나의 그림이 따뜻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