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비의 작업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2016년 이후 근작에서 화면을 주로 구성하던 곡선의 형태는 원이나 신체의 일부분, 구멍 등 다양한 형상을 연상시켰으며, 2022년 개인전에서는 그것이 눈(eye)처럼 보이는 좀 더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되었다. 작가는 기하학적이고 유연한 선들로 분절된 화면과 은밀하게 사실적으로 그려진 소재들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추상과 구상의 경계선을 자유롭게 오가도록 관객의 시선을 확장시킨다.
정물시리즈에서는 꽃과 해골, 도마뱀과 여성의 젖가슴처럼 보이는 어떤 원형들이 등장한다. 젖가슴처럼 보이는 어떤 것은 눈(eye)처럼 보이는 어떤 것과 유사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도상이다. 그녀의 정물화는 전통적인 정물이 상징하는 의미를 해방시키고 추상과 구상이 섞이는 생경하고 기이한 느낌을 준다. 눈(eye) 혹은 젖가슴처럼 보이는 어떤 것은 어둠을 품은 구멍처럼 보이기도 하고, 평면에서 시각적 깊이감을 주는 형식적 요소로 기능하기도 하며 보여지는 것 너머 존재하는 모호함을 경험하게 하기도 한다. 김대비 작업의 이러한 다면성과 불확실성은 입체적인 감정을 유도하고,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은 작품을 더욱 생명력 있게 만든다.
윤미선은 2017년 작업의 변화를 시도한다. 작업의 주요한 원천이었던 인간 본성과 선과 악에 대한 의문, 마음 속 깊게 각인된 상처들과 어긋난 체 굳혀진 타인을 향한 자신의 시선을 긍정화하고 싶은 내적 변화로 인한 것이었으며, 대상의 형태를 유기적 도형의 부분으로 분해하고 재배치함으로써 작가만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나가는 방식으로 구현되었다. 근작의 형식은 형태를 면으로 분할하여 분석적 해석을 시각화하는 큐비즘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그 중에서도 구(球)형태는 화면 구성의 중요한 요소로서 작가에게 밸런스 볼 (Balance Ball)을 상징하는데, 밸런스 볼은 정서적 어두움을 가장 순수한 형태,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구심점이자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인간의 숙명을 구처럼 완만해진 태도로 맞이하려는 자신의 동기가 투영된 것이다. 또한 연필과 흑연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아크릴릭이나 유화 물감의 표현력을 넘어서는 극도의 세밀한 감정을 담아 낸다.
야이켈은 개방되기 시작한 칠레에서 자랐다. 밀레니얼 시대 칠레의 도시는 그래피티와 스케이터, 서브컬쳐가 등장하고 민속적이고 전통적인 풍경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러 시공간이 혼합된 칠레 도시의 독특한 거리 문화와 전문 미술 교육은 그의 예술에 종합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대자연의 원초적인 힘, 도시성, 사막, 민속문화, 고대문명, 전설 등은 그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소재들이다. 작가는 “나는 내가 관심 있는 것을 그리는데, 그것은 주로 자연과 인간적인 것들이다.”라고 말하였다. 자연과 인공, 미래와 과거, 상상과 실제의 요소들을 두루 담고 있는 그의 그림은 역동적이고 환상적인 에너지를 전달한다. 그것은 마치 의미와 형식이 무한히 확장되는 경계의 속성을 회화로 구현하는 듯하며 화면의 유기적, 기하학적 구성과 강렬하고 대담한 색채의 사용은 그의 그림이 갖고 있는 독창적인 정서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는 회화뿐 만 아니라, 벽화, 판화, 패브릭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활동 중이다.